영덕 까치구멍집 초겨울 서리 속 살아있는 전통 초가
겨울의 문턱을 막 지나던 초겨울 아침, 영덕 창수면의 까치구멍집을 찾았습니다. 들판에는 서리가 엷게 내려앉아 있었고, 집 뒤편의 산자락은 안개에 잠겨 있었습니다. 입구에 다다르자 낮은 초가 지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붕 끝이 둥글게 말려 있고, 초가의 질감이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르고, 대문 옆의 장독대에는 햇살이 비쳐 따뜻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짚냄새와 흙냄새가 함께 퍼졌고, 마당 한쪽의 우물에서 퍼올린 물이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옛날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1. 창수면에서 까치구멍집으로 향하는 길
까치구멍집은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마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덕 시내에서 차로 약 25분 거리이며, 내비게이션에 ‘까치구멍집’을 입력하면 인량전통마을 입구까지 안내됩니다. 주차장은 마을 초입 공터에 마련되어 있고, 도보로 약 3분 정도 걸으면 초가집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길은 평탄하며, 대나무 울타리와 흙담이 양옆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마을 표석을 지나면 작은 안내판이 ‘까치구멍집’이라 적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입구 주변에는 감나무가 서 있고, 가지마다 붉은 감이 남아 있어 풍경이 한결 따뜻했습니다. 겨울 햇살이 흙길 위로 길게 드리워져 고즈넉한 정취를 더했습니다.
2. 까치구멍집의 구조와 이름의 유래
까치구멍집은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민가로, 초가 지붕의 양쪽에 ‘까치구멍’이라 불리는 작은 통풍구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 규모의 ‘一’자형 구조이며, 중앙에 대청을 두고 좌우에 온돌방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지붕은 볏짚으로 덮여 있으며, 처마 끝이 자연스럽게 늘어져 있습니다. 까치구멍은 통풍과 연기 배출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로, 여름에는 시원함을 유지하고 겨울에는 내부의 온기를 보존하는 역할을 합니다. 벽체는 황토와 짚을 섞어 만든 흙벽이며, 바닥에는 나무와 흙이 단단히 다져져 있습니다. 공간 전체가 사람의 생활에 맞게 지혜롭게 설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까치구멍집의 역사적 가치
까치구멍집은 19세기 중엽에 지어진 농가로, 당시 영덕 지역의 농촌 주거문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금까지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집은 농사일과 가정생활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부엌과 헛간, 사랑방, 안방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당시 서민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던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마루 끝에는 오래된 나무의 결이 남아 있고, 벽에는 연기 자국이 어렴풋이 남아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단순한 옛집이 아니라, 한 세대의 삶과 지혜가 응축된 공간이었습니다.
4. 생활의 흔적과 세심한 보존
마당에는 돌절구와 옛날 사용하던 물독이 놓여 있고, 기둥 옆에는 낡은 대빗자루가 기대어 있었습니다. 안채의 부엌에는 연기가 빠져나가던 구멍과 솥자리, 그리고 나무 땔감이 남아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부엌 앞의 마루는 반들반들하게 닳아, 세월 동안 이 집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발자국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리인에 따르면 지붕의 볏짚은 3년에 한 번씩 교체하며, 전통 방식 그대로 덮는다고 합니다. 안내문에는 집의 구조, 재료, 생활 도구의 의미가 간결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현대의 편의시설이 거의 들어서지 않아, 오롯이 옛 주거의 형태를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이었습니다.
5. 주변 명소와 함께 둘러볼 코스
까치구멍집을 둘러본 후에는 인근의 ‘인량전통마을’을 함께 방문하면 좋습니다. 마을 전체가 전통 한옥과 초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향촌문화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차로 15분 거리에는 ‘영덕 신돌석 생가’가 있어 근대 역사와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점심은 창수면 중심의 ‘영덕대게촌’이나 ‘창수한우식당’에서 지역 특산 요리를 맛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후에는 ‘영덕 블루로드 B코스’를 따라 해안 풍경을 감상하면, 산과 바다의 정취를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구성하면 조용하면서도 풍요로운 영덕 여행이 완성됩니다.
6. 관람 팁과 유의사항
까치구멍집은 국가 지정민속문화재로, 내부 출입은 제한되며 마루 앞에서 외부 관람만 가능합니다. 지붕과 벽체가 자연 재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손대거나 기대지 않아야 합니다. 여름철에는 벌레가 많으므로 긴 옷차림이 좋고, 겨울에는 바람이 세차니 방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 10시 이전에는 햇빛이 초가의 질감을 은은하게 비추어 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나옵니다. 비가 온 뒤에는 흙길이 미끄러우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설명 안내판 외에도 QR코드를 통해 집의 구조와 영상 해설을 볼 수 있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조용히 머물며 공간의 온도를 느끼는 것이 이곳을 가장 잘 감상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마무리
영덕 창수면의 까치구멍집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세월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볏짚 지붕 아래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흙벽의 거친 질감, 그리고 바람이 스며드는 틈새마저도 정겨웠습니다. 집 안에 머무는 동안 시간의 속도가 달라졌고, 오래된 생활의 숨결이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옛집이 아니라, 사람의 손과 자연의 재료가 함께 만든 삶의 기록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봄에 다시 찾아, 새 볏짚이 덮인 지붕과 들꽃이 핀 마당을 보고 싶습니다. 까치구멍집은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한국의 일상과 정서를 담은 살아 있는 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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